게임 리뷰

'아키에이지' 리뷰 -2-

sephiroth0626 2025. 3. 4. 00:21

12년을 넘게 했는데도 아직 자세히 모르는 곳이 있을 정도로 넓다

처음 아키에이지를 시작하면 누이아 대륙과 하리하라 대륙 두 진영을 선택할 수 있다.

각 대륙은 각각 세 개의 종족으로 나뉘고 대단하진 않지만 종족별 특성도 주어진다.

대륙간 망명이 가능하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무법자, 해적이 될 수도 있다.

해적은 그 수가 적은 대신 특수한 버프를 받는다.

이 모든 세력 구도는 드넓은 오픈월드에서 하루 종일 벌어지는 온갖 컨텐츠들을 수행해 보상을 얻어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보상을 토대로 세력을 부풀리고 힘을 키워 최초의 원정대가 당도했다 전해지는, 세계의 비밀을 품고 있는 '원대륙'에 영지를 얻고 성을 세워 더 큰 모험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이다.

 

초기엔 기적술사 라는 이상한 조합의 직업을 했었는데, 그것도 꽤 즐거웠다
좋은 시너지를 내려면 자신의 전투 컨셉을 확실하게 정하고 가야 한다

아키에이지는 14개의 능력 중에서 맘에 드는 3가지를 선택해 사용함으로서 직업명이 결정된다.

이는 총 220가지의 직업 개수라는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자유도를 부여하는데, 사실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직업 조합도 있고 최고의 효율이 나오는 조합이 이미 분석된 상황이라 직업 분포율은 아주 비대칭적이다.

CC기가 많은 환술이나 생존기가 많은 철벽, 은신이 가능한 사명, 버프가 탁월한 낭만 등의 능력이 빠지지 않고 두루 쓰이는 편이다.

능력 선택의 자유도가 높은 편인데, 근처 마을의 능력 관리인이나 사망 후 부활 거점인 '누이 여신의 석상' 앞 누이 신전 신관'에게서 전투 중이 아니라면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다.

때문에 착용하고 있는 장비의 옵션이 효율을 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면 상황에 따라 능력을 스왑하여 전투하는 방식도 자주 사용된다.

이는 업적 달성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능력을 육성하게 하는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아키에이지 라이프의 후반부엔 그다지 열심히 스펙업을 하지 않았다

아키에이지에 있어서 장비에 의한 스펙업 수단은 무려 18개나 존재한다.

단순 방어구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속옷에 악기에 꾸밈옷까지 있는데, 장비 레벨을 올리고 단계를 올리는 단순 성장부터 원하는 옵션을 장착하는 초승돌, 보름돌 시스템과 100% 확률로 획득 가능한 장비 옵션 시스템까지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게임 자체적으로 지원해주는 성장 재료도 있고 획득처가 다양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금방 도달할 수 있지만, 최상위 단계에 들어서고 나면 현금 박치기로도 한계가 있는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법인 지난한 인고의 세월의 시작이다.

돈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도 있는데, 투구에 장착 가능한 통칭 '머리 전숙' 초승돌 같은 경우엔 개당 수만골드라는 고가에 거래되는데, 이 초승돌을 장착하고 안하고의 성능 차이가 너무 심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돈을 들여 캐릭터 스펙을 맞췄으면 나중에 게임을 접을 때 투자금 회수라도 가능해야 하는데, 이 게임은 줄곧 아이템의 가치가 떨어지기만 하고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어서 어디에도 이득을 봤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피똥 쌀 정도로 어렵다

이렇게 캐릭터 스펙을 올려서 도전하는 컨텐츠로 던전이 있다.

아키에이지에는 저레벨 부터 엔드컨텐츠 까지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던전들이 있는데, 오픈월드 필드 컨텐츠가 주력인 게임인 것 치고는 꽤 많은 던전들이 있고, 거의 모든 던전들이 현역이다.

던전의 테마나 진행방식에 따라 인스턴스 던전, 고대 인던, 나차쉬가르, 향연의 뜰 등으로 나누며 각각의 뚜렷한 특색이 존재한다.

던전에서만 드랍되는 장비나 액세서리를 맞추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성장 재료가 목적이기도 한데, 정 얻을 아이템이 없다면 골드 벌이를 위해서라도 꽤 쏠쏠한 수단이 된다.

장비 점수 자체는 그 허들이 아주 깐깐한 것은 아니지만 던전 공략에 참여하는 모든 유저가 깐깐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도핑'이다.

아이템 드랍률 상승 물약부터 시작해서 순수 능력치 등을 상승시켜주는 음식 같은 것들이 무조건 사용된다.

난이도는 삐끗하면 파티원이 전멸해버리는 자비 없는 난이도 수준은 아니며, 고스펙 유저 하나가 캐리를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수준이다.

아키에이지의 꽃, 레이드. 그중에서도 해상 레이드가 압권이다

아키에이지의 꽃은 바로 필드 레이드다.

화요일엔 크라켄, 검은 용, 안키쉬가 출현하고 목요일엔 레비아탄, 칼리디스, 안키쉬, 토요일엔 안탈론이 등장하며 일요일엔 안키쉬를 제외한 모든 레이드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 외에도 낮징, 밤징으로 불리는 '징조의 틈' 퀘스트가 게임시간 낮 12시와 자정 12시에 이뤄지고 황금평원, 이슬평원, 바다의 촛대, 고래 노래만, 심연의 습격 등의 대규모 필드 레이드(퀘스트)가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서 매일, 매 시간 벌어진다.

레이드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명이 힘을 합쳐야 쓰러뜨릴 수 있는 내륙과 바다에 등장하는 네임드 몬스터만 해도 수십 종류에 달하며, 단순히 업적 달성 용으로 존재하는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유일무이한 성능의 장비, 날틀, 탈것 등을 위한 재료를 드랍하는 경우도 많다.

대규모의 레이드는 적게는 50여명부터 많게는 200명까지 대륙 전체가 연합해서 참여하는데, 음성 채팅 참여가 필수이며 공격대장의 오더 능력이 성공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레이드 성공 후 드랍된 아이템에 입찰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돈을 참여자들에게 분배하는 구조이다.

물론 이런 레이드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건 같은 대륙 유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서대륙 유저라면 동대륙과 해적들의 방해를 맞이해야 하며, 미리 다른 대륙들과 협상을 해두지 않는다면 그 레이드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레이드 몬스터에 온전히 집중해도 공략이 가능할지 불문명한 상황에서, 적들이 아무리 적은 규모라도 단순히 진로를 방해한다던가,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 컨텐츠 구역 밖으로 끌고 가 진행상황을 리셋시켜 버리는 등의 훼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대규모 유저가 참여해 긴 시간을 소비하는게 필수임에도 성공이 불확실하다는 이런 부분이 아키에이지를 망하게 한 중요 원인이기도 한데, 다른 게임에선 맛볼 수 없는 짜릿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초기에도 있었고 마지막까지 애용되던 누이아 소형 범선
스트라다는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키에이지의 드넓은 오픈월드에서 대규모 레이드를 수행하려면 각 상황에 맞는 탈것이 필수불가결이다.

해상에서는 적절한 공격력과 내구성을 갖춘 소형 및 중형 범선과 소규모의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쾌속정 등이 쓰이고, 내륙에서는 빠른 속력과 일부 적재기능이 있는 스트라다, 볼프강이나 오직 운송만을 위한 수단인 달구지, 공성을 위한 전차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은 제작으로 가능하지만 수십종류의 업적을 달성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탈것도 존재하고, 좋은 성능을 내기 위해선 부품을 따로 구해 강화까지 마쳐야 한다.

느긋하게 하려면 얼마든지 느긋하게 할 수 있지만, 결국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키에이지의 악랄한 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긴 시간 고생해서 원하던 걸 얻었을 때 아키에이지가 주는 기쁨과 감동은 다른 게임에선 느낄 수 없다.

그것들이 그저 자랑용이거나 관상용이 아니라 실제로 수십 수백번이고 실전에서 활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생각해 보면 아키에이지엔 혼자서만 독식하는 컨텐츠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무조건 힘을 합쳐야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거쳐 온 힘을 다해야 했다.

아키에이지 세상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현실과 다름없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MMORPG라는 장르의 온전한 의미이고 아키에이지의 강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