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자유도 #MMORPG #오픈월드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는 높은 자유도의 인생게임
2010년대 초중반은 그야말로 MMORPG가 범람하던 시대였다.
리니지 3을 개발하던 개발진이 블루홀로 이직하여 출시해 논란을 낳았지만 그와 반대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테라'와 당대 최고의 그래픽과 액션성을 보여줬던 NC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대격변, 판다리아의 안개를 연달아 대흥행 시켰고 '엘더스크롤 온라인'이 출시되어 시리즈 팬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기도 했다.
고리타분한 감성을 가진 구 개발진들이 망쳐놓은 게임을 전부 뜯어고쳐 세계 최고의 MMORPG로 탈바꿈시킨 요시다 나오키의 '파이널 판타지 14: 신생 에오르제아'나 기존의 지루한 퀘스트 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길드워 2'등도 있었다.
그 외에도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카루스'나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같은 대규모 MMORPG도 출시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3년에 출시된 MMORPG가 바로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다.
아키에이지는 위에 언급한 게임들에 비하면 지극히 중소 규모의 개발진들 만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이며 '바람의 나라', '리니지'의 아버지인 '송재경'이 진두지휘했으며, '룬의 아이들 시리즈'로 국내외 3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판타지 소설 작가 '전민희'가 게임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한국 대중음악계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이미 연예계 활동까지 활발히 하던 작곡가 '윤상'이 OST를 맡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게이머들의 모든 관심은 아키에이지로 쏠렸다.
트레일러 영상들이 공개되고 몇차례 CBT가 진행되면서 유저들의 흥분감은 끝을 모르고 솟구쳤다.
기존 MMORPG들이 던전공략이나 PVP 등 특정 컨셉에 집중해서 출시되던 반면, 아키에이지의 자유도는 언뜻 보기에도 전례 없던 것이었다.
배를 타고 해상전을 벌이는 것 부터 시작해서 공성전, 던전 공략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거나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 무역을 하는 등, 그동안 다른 게임을 하면서 항상 느껴왔던 목마름을 전부 해결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게임이 정식 출시 했을 때, 게임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마차, 지역을 잇는 비행정이 돌아다녔고 맵 곳곳을 자유로이 누비는 유저들이 있었다.
동대륙과 서대륙의 세력으로 나뉜 유저들은 하나의 필드 이벤트 보상을 얻기 위해 시시각각 전략적으로 이동하며 싸웠고, 마침내 원하던걸 얻었을 땐 다 같이 기뻐했다.
자신의 집을 지은 곳에 포탈을 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바다 위 외딴 섬을 선점해 전초기지로 활용하기도 했고 서버 내 스파이를 잠입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대륙의 모든 원정대가 한날 한시에 힘을 합쳐서 무역을 떠나는 날이면 바다에 수십 척의 함대가 결성되는 대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낮에 움직이기가 어렵다면 유저들이 적은 밤을 틈타기도 했으며, 적 대륙에 비해 중과부적이더라도 합만 잘 맞으면 적어도 적들이 퀘스트를 온전히 깨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같은 대륙이더라도 다른 원정대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적 대륙과 손을 잡는 경우도 허다했으며, 내전이라는 이름으로 분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로지 싸움만을 위해 필드를 누비는 사람이 있었다면 반대로 초식으로 불리우는 생활 컨텐츠 중심 플레이어도 굉장히 많았다.
집을 짓고 소유한 땅에 농작물을 기르고 그 농작물을 특산품으로 만들어 숙성시키고 나면 특정 지역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다.
그렇게 돈을 모아 더 큰 집을 지어 농사의 규모를 키우거나 아이템 제작에 투자해 다른 유저들에게 팔 수도 있었다.
초식과 육식, 하드 유저와 라이트 유저가 완벽하게 맞물려 있었다.
줄곧 꿈꿔왔었던 완벽한 판타지 라이프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플레이하는 유저가 온전치 못하다면, 그 게임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운영진들이 BJ 연합쪽에 컨텐츠를 몰아주고 그에 대항하는 유저들에게 고의적으로 불리한 패치나 접속 장애를 유발하는 등 편파 운영을 저질러 많은 하드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불어 소위 '작업장' 이라 불리는 불법 프로그램 사용 유저들이 무역 시스템을 악용하여 캐릭터를 땅 밑에서 순간이동 시켜 절대적인 이익을 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아키에이지 본사에 찾아간 유저를 상대로 공손한 태도를 강요하고 보안요원이 욕설을 하는 등, 당시 남양유업 사태와 맞물려 '남양에이지'라는 별명을 얻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베' 유저들이 대규모로 뭉쳐 다니며 다른 유저들의 플레이를 심하게 방해하고 독재를 강요하는 등 사회성이 의심되는 수준의 명백한 고의 트롤 행위를 수년에 걸쳐 벌이는 바람에 라이트 유저들 마저 떠나버리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하나만 터져도 게임 서비스 자체가 위태로울 수준의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아키에이지는 골수 유저들만 남아버렸고, 처음에는 그 수가 상당해 그래도 컨텐츠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갈수록 빠져나가기만 하고 채워지진 않는 유저 수로 수년 전부터 서비스 종료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3월 6일부로 아키에이지는 서비스를 종료한다.
아키에이지 2편에 해당하는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이 출시를 앞두고는 있지만, 지난 12년간의 추억이 가득 쌓인 나로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
난 군생활을 제외하고 아키에이지를 한 순간도 놓은 적이 없던 충성스런 유저이자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팬이었다.
서비스 종료를 목전에 두고 더 늦기 전에 이 리뷰를 쓰는 이유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서 아키에이지에 대한 리뷰를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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