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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아키에이지' 리뷰 -完-

서비스 종료와 함께 업로드 된 아키에이지 헌정 영상

2025년 3월 6일 00시에 아키에이지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

 

처음엔 10여명의 유저 밖에 모이지 않았다
아키에이지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려 잠시 여행을 떠났다

3월 5일 오후 9시경.

유저들이 항상 모이던 마리아노플 광장엔 10여명의 유저만 겨우 보이는 상황이다.

이대로 무관심 속에서 썰렁하게 끝을 맞이하는걸까 불안해 하며 유저들과 게임의 마지막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버스를 타고 근처 지역을 돌면서 이곳에서의 추억이 무엇이었고 다음 게임은 뭘 할지, 아키에이지에 대한 아쉬움은 무엇인지 등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밤징을 위해 십자별 평원에 모인 모습
거짓말 처럼 사람이 불어났다

마침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던 '밤징' 컨텐츠 시간이 다가왔다.

얼마 없는 유저들은 마지막으로 다 같이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는 이야기로 '십자별 평원'에 모였다.

처음엔 얼마 안되는 참여도에 제대로 시작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기적처럼 하나 둘 아키에이지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맛보고자 접속한 유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5명 정도의 이른바 '반공대'가 모였고 아키에이지에서의 마지막 밤징 퀘스트는 시작되었다.

 

아키에이지 초창기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플레이 했던 컨텐츠
그런데 오늘만 왠지 느낌이 다르다

밤징은 처음엔 등짐을 옮겨 전투준비를 완료하고 이후 몰려오는 군대를 물리치는 식으로 시작된다.

몹들은 점점 강해지며, 3단계 이후엔 확연히 다른 강함을 보여주는 보스몹이 차례로 출현한다.

반공대 정도의 인원이 모인 덕에 큰 어려움 없이 클리어 할 수 있었다.

12년 아키에이지 인생에서 지금 하는 모든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전해져오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전엔 매일 관성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과에 불과했는데 매 순간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동대륙 친구들

적대륙인 동대륙 오스테라에도 놀러가보았다.

서대륙만큼 많은 인원수가 모이진 않았지만, 다들 한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비스 종료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양 대륙 인원 모두가 함께 마지막을 기다리자는 이야기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아키에이지 필드 컨텐츠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자유도'에 모이기로 했다.

 

자유도로 가자
아키에이지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딱 이런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 배를 타고 출항해 보는게 얼마만이었던가.

아키에이지의 불꽃이 다 타들어가기 시작한 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아마 거의 1년은 넘었지 싶다.

나만큼이나 다른 유저들도 들뜬 분위기였다.

 

자유도에서의 추억이 너무나도 많다

자유도는 아키에이지 서비스 초반엔 무역의 종착지였고 중후반부엔 레이드 보상을 교환하러 오는 곳이었다.

많은 싸움들이 이 자유도에서 이루어졌으며 큰 성취감과 좌절감 또한 이곳으로부터 나왔다.

이제 박터지게 싸우던 서대륙과 동대륙의 유저들은 총과 칼을 내려놓고 한곳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잘 먹고 잘 살라는 시원섭섭한 작별인사도 있었고 서비스 종료하는 김에 시원하게 운영진 욕을 한사발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아키에이지였다.

이제 서비스 종료까지 불과 수 분 남은 시간.

 

용날틀, 정말 얻고 싶었는데 끝끝내 못 얻었다
마지막 단체사진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세를 잡고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었다.

하늘에서는 날틀을 탄 유저들이 소소하게나마 작별의 불꽃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모두 고마웠고 즐거웠어

3월 6일 00시 정각.

아키에이지의 서버가 내려가며 완전한 서비스 종료를 맞는다.

 

지금까지 직접 서비스 종료 순간을 바라본 게임이 아마 수십개는 될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도 아키에이지의 마지막 만큼 슬프진 않았다.

아키에이지에서는 개발사가 만들어 놓은 선형적인 길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컨텐츠가 유저들의 플레이 방식에 따라 다 다른 경험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보며 웃음이 터져나오거나 분노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에 가지는 애정이 특별한 것이며 아쉬움도 큰 것이리라.

 

이제 이 세상에 아키에이지는 없다.

그리고 아키에이지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해 줄만한 게임도 없다.

게임은 더 이상 할 수 없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다.

아키에이지와 유저들, 개발진 및 운영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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