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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Reverse1999' 리뷰

#수집형 #아방가르드 #RPG

독창적인 아방가르드 디자인의 수집형 RPG

중국게임이면서 이정도로 강한 서양 색체를 가진 게임은 처음이다

 

리버스1999는 중국 개발사 BLUEPOCH에서 개발 및 유통하는 수집형 전략 RPG 게임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PC 클라이언트를 공식 지원한다.

 

1999년 12월 31일, 새해를 맞이하려던 바로 그 순간에 세계는 비가 땅에서 하늘로 내리는 '폭풍우'라는 현상에 휩싸인다.

주인공인 버틴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폭풍우에 침식되어 자취를 감췄다.

폭풍우의 탄생은 인류와 마도학자들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마도학자의 영광을 찾는 것에 몰두한 '재건의 손'과의 관계가 의심되었다.

폭풍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버틴은 마도학자 조직인 '성 파블로프 재단'으로부터 '타임키퍼'로 임명된다.

버틴은 폭풍우가 몰고 온 시대적 변화 속에서 그녀의 조력자인 소네트와 함께 변화의 전조를 감지한 다른 시대, 다른 국가의 마도학자들을 폭풍우로부터 구출해야 한다.

버틴의 정체, 폭풍우의 진실, 재단의 목적, 이 모든 것이 비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흐릿했다.

아래쪽에 스테이지가 있고 배경엔 챕터의 지역 풍경과 등장인물들이 미니어쳐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뽑기와 성장재화를 모두 준다

 

리버스1999의 스토리는 스테이지 형태로 진행된다.

스테이지는 대화형 컷씬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맵 곳곳에 간단한 탐색 느낌을 받게 하는 실마리가 숨어있는 형태이다.

모든 스테이지에서 전투가 동반되는 것은 아닌데, 각 챕터의 후반부에선 꽤 제대로 된 조합과 육성 상태를 요구할 정도로 난이도 배분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 캐릭터가 없다 해서 스토리를 못 깨는 불상사가 생겨선 안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 중에 터무니없이 막혀서 불쾌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스테이지별 임무 완료 포인트를 제대로 받아야 '발자취' 보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서 유저들이 성실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유도는 하고 있다.

뭐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애초에 지역 전체가 폭풍우의 영향으로 타임슬립 한다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는 것도 있고, 아방가르드를 스스로 표방할 정도로 틀에서 벗어난 전개를 보여준다.

탁월한 디자인과 더불어 더빙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하고 술술 읽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챕터별로 배경이 되는 지역이 디오라마 속 미니어처 느낌으로 표시가 되는데, 등장인물들의 이동경로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좋다.

사실 아방가르드에 묻혔지만, 이런 붓칠한 느낌을 내주는건 리버스1999가 유일하다
이벤트 보상이 굉장히 알차다

 

이벤트는 2달 조금 안되는 텀을 가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 이벤트 스토리가 메인스토리의 새 챕터로 포함이 되는 경우가 있고 정사가 아닌 진짜 이벤트성 스토리를 가지는 경우로 나뉜다.

어떤 경우에도 정말 소설책 한 챕터는 되는 분량을 가지고 있으며, 주제의 참신성과 그 연출력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편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쌓인 포인트를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도 있는데, 그 내용물이 꽤 후한 편이다.

다른 수집형 RPG의 경우엔 그저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며 귀찮아하는 경우도 많지만, 리버스1999의 경우엔 자발적으로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맵 자체의 기믹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패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은 쫒아오고 내 움직임엔 제약이 있고 클리어 조건은 다 충족해야 한다
전투력 측정기, 제일 뻔하면서도 제일 도전욕구가 불타오르는 컨텐츠다

 

이벤트는 스토리 외에도 나름 알찬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게임 형태로 치밀한 두뇌회전을 요구하는 컨텐츠나 미로와 같은 곳에서 각종 퍼즐이나 기믹을 수행하는 자그마한 탐험 컨텐츠가 있다.

아니면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최적의 조합과 최고의 육성 수준을 견주는 전투력 측정 컨텐츠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스토리에서는 다 담을 수 없는 캐릭터 개개인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에 쓰인다.

컨텐츠를 진행하는 동안 나오는 대사들이나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벤트가 거듭되며 컨텐츠의 내용이 조금씩 변화해오고 있는데, 일단 그렇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도 않으면서 재미있다.

이 모든 게 관심 없더라도 그냥 보상이 후하기 때문에 안 하고는 못 배길 것이다.

효율만 찾다보니 황무지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하루이틀 걸려서 클리어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끝없는 황무지'는 리버스1999 만의 독특한 컨텐츠다.

위에서 언급한 이벤트 보상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테마의 외딴섬들과 건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이곳에 캐릭터들을 초대하여 신뢰도를 올릴 수 있고 성장에 필요한 미세입자와 톱니동전을 수령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이라면 비교적 최근 추가 된 '뉴바벨의 크리터 회사'라는 경영 기능일 것이다.

펫을 뽑아 훈련시켜 생산과 운송 파트에 배치시키면 원하는 아이템을 생산할 수 있다.

거래 조건에 맞는 아이템들이 갖춰지면 재화와 교환할 수 있다.

이 재화들로 경영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살 수 있는 구조다.

이상한 점은 이 경영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이 끝없는 황무지 컨텐츠 바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재화조차도 얻을 수 없다.

향후 경영 기능을 크게 발전시켜 독립적인 게임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지금은 규모 자체가 너무 기초적인 수준이라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37은 정말 귀엽다. 그래서 새 스킨도 사줬다
내 골머리를 제일 썩히는 시스템 중 하나
이걸 뽑기로 안판게 정말 신의 한수다

 

캐릭터 육성에 관해서는 여타 게임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캐릭터 레벨 시스템이 있고, 레벨업이 한계에 다다랐을 경우에 최대 3번까지 통찰을 통한 제한 해제가 가능하다.

다른 게임의 돌파와 같이 같은 캐릭터를 여러 번 뽑아 형상 등급을 올릴 수 있게 되어있다.

몇 돌 이상은 해야 제 성능이 나온다던가 하는 불합리한 과금유도 없이,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명함 만으로도 충분하다.

리버스1999에선 캐릭터 하나의 성능보다도 파티 조합이 더 중요하다.

이 게임만의 특별한 스펙업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명 시스템이 바로 그러한데, 공명 레벨을 올려 공명 슬롯을 추가할수록 더 많은 공명 속성들을 배치할 수 있다.

퍼즐과도 같은 형태의 공명 속성들을 한정된 공간 안에 어떻게 최대 효율로 배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의지 시스템인데, 이건 다른 게임의 무기와도 같다.

의지는 전용 성장재화를 사용하는데, 재화의 수급이 소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해야 한다.

보통은 새 캐릭터가 나오면 그 캐릭터에 맞는 전용 의지가 함께 출시되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엔 캐릭터와 무관한 범용성 좋은 의지들을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예쁜걸 어떻게 안뽑을 수가 있을까
패스만 질러도 부족한게 딱히 없다

 

수집형 RPG의 꽃은 결국 새 캐릭터 뽑기에 있다.

다행히 리버스1999는 과금에 있어서 기대 지출값이 크지 않은 편이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보다 적은 돈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60회 뽑기를 돌렸을 때, 6성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매 회마다 6성 등장 확률이 올라간다.

70회가 반천장이며 이때 픽업 캐릭터를 얻지 못한다면 다음 6성 등장 시 반드시 픽업 캐릭터가 등장한다.

리버스1999의 뽑기 정책이 정말 좋은 점은 무기에 해당하는 의지를 뽑기를 통해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과금은 오로지 캐릭터 뽑기와 스킨에만 집중되어 있다.

패키지 상품도 굉장히 알차게 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좋은 것은 패스 상품에 해당하는 '유후 주크박스'다.

뽑기 재화와 더불어 성장 재화, 캐릭터 스킨에 이르기까지, 낱개로 구매했다면 두세 배는 돈이 들었을 아이템들이다.

한 가지 이야기해두고 싶은 건 이벤트 등으로 얻을 수 있는 뽑기 재화가 굉장히 많은 편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곡랑 한정 픽업 때 이후로 유후 주크박스를 제외한 어떤 과금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한두 개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픽업을 무리 없이 뽑았다.

아마 World Wide Web을 모티브로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시각화한 캐릭터가 아닐까
언젠가 얘가 주인공급으로 등장하는 스토리도 나오지 않을까

 

리버스1999는 아방가르드를 표방하고 있는 게임이다.

아방가르드는 새로운 것, 혁신, 즉 이전에 시도된 것을 멀리하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시대마다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다르긴 하지만 이 게임에서 추구한 아방가르드적 면모가 어땠냐고 한다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성공했다고 하고 싶다.

이 게임엔 다른 그 어떤 게임에서도 등장한 적 없던 컨셉의 캐릭터들이 차고 넘친다.

의식이 몸에서 분리되어 TV속에 갇혀버린 캐릭터도 있고 심지어는 스푸트니크와 같이 생명체조차 아닌 것들도 있다.

7과 37등 소수가 의인화된 존재도 있는데, 스토리 자체도 이 수와 관련된 것인 데다가 캐릭터의 스킬 자체도 컨셉을 따라가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쉽게 유저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은 노출도를 급격히 올리는 것이다.

노출도를 올릴 뿐 아니라 풍만한 몸매로 만들면 이목을 끄는 정도가 아니라 게임의 매출 자릿수가 달라진다.

이것은 이제 와서 굳이 검증할 필요도 없는 오래된 진리와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아방가르드라는 어려운 길을 걸어와준 리버스1999 개발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그들의 설정을 궁금하게 하고 그것은 이윽고 스토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한국인 같이 성질 급한 플레이어들은 스토리 따위 읽지 않는다지만, 이 게임에서만큼은 좀 다를 것이다.

물론 예쁜 캐릭터가 없는 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게임은 캐릭터 디자인을 정말 잘한다.

이졸데도 카카니아도 마커스도 너무 예쁘다

 

정리하자면, 아방가르드라는 컨셉에 걸맞게 스토리, 캐릭터, OST, 디자인 등 총체적인 요소들이 일관성 있게 잘 유지되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새 업데이트마다 주제에 맞게 테마곡 까지 발매해 줄 정도니 컨셉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지 상상도 안된다.

별 게임성 없이 돈만 보고 출시되는 수집형 모바일 게임이 수백 개는 되는 시대에 이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는 게 오히려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티 조합을 고민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은 재미있지만, 전투를 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전투 방식이 카드게임이나 진배없는데, 카드게임과는 달리 스킬 하나하나 연출이 긴 편이라 늘어지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특별히 흠잡을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확률형 뽑기 게임이라는 부분을 뭐라 하기엔 이미 이 시장 자체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저 리버스1999가 지금의 기조를 쭉 유지해 주길 바랄 뿐이다.

리버스1999 테마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리버스1999에 대한 내 점수는: 7/10점이다.

확률형 가챠 게임은 하고 싶은데 돈은 많이 쓰고 싶지 않고, 또 나름 특별한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국산 폰겜 그만하고 중국 폰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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